평소에 동방신기 팬도 아니었으면서 (......;;)이럴 때 HOT ISSUE 라고 뛰어드는 게 결과적으로 센세이셔널리즘 (언론의 선정적, 터뜨리고 나몰라라식 보도 문제)에 합류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이 글을 통해 제 '공정성' 을 얼마나 증명하느냐에 따라 판단되겠죠. 자, 시작합니다.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언론은 얼마나 공정한가

 

 


다정 (http://dajungspace.com)

 

 


동방신기 멤버 중 3인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이 지난 7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이하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언론매체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소송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이 양 측 입장에 대한 공방전이고 이렇게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몽땅 쏠리는 연예 계약 관련 사건이다보니 언론 보도 역시 은연중에 양 측 중 누구의 입장을 더 자세히 다루는지, 이 기사 (또는 TV 보도)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 여론을 환기시킬지, 그 뉘앙스가 함께 읽히기 마련입니다. 이는 앞으로 양 측이 민사상 조정이나 합의를 이루지 못 한 채 진짜 법정 소송까지 갈 경우 더 뚜렷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죠. 처음 사건이 알려지고, 세 멤버 측에서 보도자료가 나오고, 다시 SM 측이 반박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8월 9일 일요일, MBC <시사매거진 2580 (이하 2580)> 에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최초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이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 기사들은 다시 각종 포털 사이트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SM 측에서 처음으로 법정대리인인 변호사가 등장하여 동방신기와 관련한 매출내역을 일부 공개(?)하는 '특종' 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동방신기 멤버들의 반박 여지도 남겨두는 등, <2580> 의 보도는 양쪽 말을 다 들어보는 공정한 보도를 한 듯도 합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몰랐거나 알고도 간과했을지 모르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잠깐, 양측의 아젠다 세팅이 다르다?


 

앞서도 말했지만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은 '사건이 알려짐 - 멤버들의 주장 보도 - 소속사의 반박 - 재반박 (또는 소송 전략상 언론 접촉 자제) - 새로운 소문이나 사실(?)이 추가로 알려짐 ' 의 순환 구조입니다.  그런데 굳이 누구 편을 들지 않더라도 이 사건 보도들을 쭉 읽어온 사람이라면, 동방신기 멤버들과 SM의 주장에서 각자 중점을 두는 포커스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즉 '아젠다 세팅 Agenda Setting' 이 다르다는거죠. 봅시다. 지난 6월부터 해체설이 팬들 사이에 불거졌다고는 하지만, 정작 멤버들이 전속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내자 SM측에서는 '화장품 사업 때문이다' 라고 주장했고 멤버들은 '단지 주식만 샀을 뿐이고 '겸업' 개념이 아니다' 고 해명했습니다. SM은 이제 방송을 통해 회계장부까지 공개하며 동방신기로 인한 총 매출이 얼마고 수익을 어느 비율로 배분했는가를 말했는데, 사실 멤버측의 보도자료에는 '돈' 문제 말고도 건강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스케줄과 연예인 입장에서 종신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 기간, 이에 대한 멤버들의 의사가 무시당해왔다는 주장이 상당히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SM에서는 화장품 사업과 수익 배분 문제를 부각시키는 반면, 멤버들은 계약 당사자의 입장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종합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웬만한 사건들에서는 한가지 팩트를 가지고 기냐 아니냐 진실 공방을 벌이겠지만, 이번 소송은 양 측이 언론에 어필하는 지점부터 일치하지 못하는 겁니다. 둘이 일치하는 의견이 "동방신기의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 는 것 말고 뭐가 있었나요?

 

 

이렇게 핀트가 어긋나는 논쟁에서, 언론 보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미디어법 관련해서라도 누누이 강조되는 '공정성' 의 잣대로 생각하자면, 일단 언론은 이 둘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되 어느 한 쪽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그럼 양 쪽에서 주장하는 모든 이슈들을 모아 빠짐없이 다룰 수도 있고, 아니면 이들을 종합해서 고민한 끝에 언론 스스로 사건의 새로운 포커스를 만들고 그에 맞춰 보도를 구성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보도진 스스로의 필터링을 통해 어느 이슈는 다루고, 어느 이슈는 '물타기' 라 판단해서 그냥 건너뛸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그런데 <2580>의 보도는 수익 배분과 계약기간에 대한 SM측의 '해명'이 더 부각되고, 멤버들의 변호인 측에서는 '소송을 앞두고 침묵한다'는 결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어쨌었든 간에 이 보도는 SM측의 아젠다 세팅과 거의 그대로 일치합니다. SM에서 가지고 나온 회계장부 뭉치가 화면에 비춰지는 와중에 반대측의 주장을 '(회계기록의 진위 여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며 짤막하게 넘어가면, 사정을 모르는 제 3자 들이야 "뭐야, 돈은 많이 벌었던 게 맞나보네?"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 뒤에서는 현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등장하며 "대부분 (빨리 데뷔하고 싶은 마음에) 계
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사인한다." 라는 멘트까지 곁들였습니다. 이 자체는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멤버들이 대중에 호소했던 구체적인 부당성이나 무리한 스케줄 문제들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더군다가 일단 데뷔하기 위해 부당한 계약에도 사인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 등에 대한 언급은 생략되었습니다. 그러면 연습생 입장에서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소속사 입장에서야 부당하지 않다고 항변하겠지만) 소속사에 대한 문제 의식'에 앞서서 "생각 짧은 어린 애들이 연예인 되고 싶어서 경솔하게 사인부터 한다." 고 혀를 차게 마련 아닐까요?

 

 

 

은근슬쩍 편들어 주기?

 

 


이렇게 '반론'을 보여주면서 다시 그에 대한 '2차적 반론'을 살짝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보도 방식은 간접적으로나마, 그러나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잠깐 이탈리아 이야기를 해 볼까요. 출판사, 신문사, 민영방송사 등을 고루 소유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는 현재 이탈리아 총리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미디어 선전 효과에 힘입어 정계에 입문하여 단시간에 많은 지지를 얻고, 당선 후의 정치적 무능력과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도 그를 비판하는 메이저 언론 보도는 찾기 어렵습니다. 첫 이유로는 베를루스코니가 점령한 미디어 제국에서 공영방송인 RAI 조차도 시청률 경쟁에 휩쓸려 자극적인 쇼 위주로 제작해야 하는 현실이 있지만, 두 번째로는 바로 뉴스나 다른 시사프로그램이 있어도 제대로 된 비판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샌드위치 보도' 라는 게 있다고 이탈리아의 방송 관계자들은 호소했습니다. 굳이 이래라 저래라 세세한 보도 지침을 내지 않아도 정권에 거슬리는 보도를 하면 정치권과 연계된 방송사 고위급 직원에 의해 좌천되거나 쫓겨나는 현실에서, 논란이 되는 정부 정책을 보도할 때는 (1) 일단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한다. (2) 야당과 시민 사회의 비판이 있다는 것을 짧게 언급한다. (3) 그러나 정부는 ~라고 (자세히) 해명한다, 비판은 오해다.... 라는 순서로 뉴스 한 꼭지가 구성된다는 거죠. 이렇게 비판이 있다는 걸 인정하되 중간에 살짝 끼워넣기만 하고 정부를 앞뒤로 옹호하는 보도 행태는 대표적인 정언유착의 사례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정치적 비판 의식을 흐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 보도 하나만 놓고 누구 편을 들려고 취재를 했다느니 하는 식으로까지 비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2580>이라는 포맷의 프로그램에서 동방신기와 소속사의 이번 분쟁을 다루는 것이 무리수였을 수도 있습니다.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2580>은 세 가지 정도의 이슈가 한 회 방영분에서 모두 다뤄지기 때문에, 한 꼭지는 길어야 15분 남짓하겠죠? 그런데다가 동방신기 문제 뿐 아니라 연예인과 소속사 간 계약 논쟁으로 함께 묶은 배우 윤상현씨의 사례까지 언급하고 넘어가려니, 이 문제나 저 문제나 그다지 깊게 다룰 시간 자체부터가 없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능력이 좋으냐, 누가 올바르냐를 떠나서 이번 동방신기 사건이 <PD수첩>이나 <뉴스 후> 등에서 30분 이상의 테마로 넉넉하게 다뤄졌다면 양 측의 주장을 좀 더 짜임새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와 반대되게 동방신기 팬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방송은 의외로(?)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하 시선집중)>  이라고 합니다. 지난 8월 4일자 방송에서, 진행자 손석희씨와 중앙일보 문화부의 양성희 차장이 전화 연결을 통해 동방신기 멤버들이 주장하는 '불공정 계약' 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SM측에서 <2580>을 통해 회계장부를 보여주기 전의 일이고, <시선집중> 역시 (일단은) 멤버들이 소송을 통해 어떤 문제를 제기 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동방신기 멤버들을 편들어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반론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쪽의 주장이 어떻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는 '소장으로 제출한 핵심 쟁점' 과 일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시선집중> 자체가 워낙에 전화연결을 통한 논쟁을 벌이는 데 익숙하니, 반대측 소속사에서도 억울하면 전화로 인터뷰를 하건 해명 보도를 청구하면 될 일입니다.

 

 

 

멀고도 험한 '을' 의 권리 찾기?

 

 

 

국내외의 동방신기 팬들은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소송을 시작한 세 멤버가 보도자료를 통해 호소한 내용이 100% 진실이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분명히 이들은 불공정 계약에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어야 했던 '약자' 이자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일부 대중으로부터 "돈도 충분히 벌었으면서 이제 와 딴소리 한다." 는 식의 비아냥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소송의 당사자는 동방신기 멤버들이나 소속사인 SM 스스로가 아니라 이들이 선임한 변호사(법정대리인)지요. 그러나 정말 소송까지 간다면, 공판에서 멤버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하여 판사에게 증언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많을텐데요. "왜 (불공정 계약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에 동의하고 데뷔했나요?", "왜 지금까지 참고 있었나요?" 등의 질문을 듣고 그에 직접 답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기억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픈 과거들을 스스로 말해야 될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이들이 법정에 출석하기라고 하는 날 취재진들도 우르르 몰려들텐데,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속사 경영진과 인기 연예인인 소송당사자들 중 누구에게 카메라가 몰려들까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묵묵히 지나가는 모습을 찍어서는 무슨 형사피의자가 법원에 출두하는 듯 구성해서 방영할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나요? 아마 소송을 시작한 멤버들도 이럴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닐겁니다.

 

 

그리고 언론. 언론은 지금 미디어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언론의 자유를 사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개별적인 문제에서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공정성을 지켜가는 것 역시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언론이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문제는 결국 법정에서 결판날 소송에 온갖 소문과 '측근 인터뷰'를 끌어 붙여 기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의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현재 '아이돌 그룹' 으로 분류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가수들 중에, 장래희망이 싱어송라이터라고 답하는 인터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동방신기 멤버들도 각자 자작곡들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인디씬이 아닌) 오버그라운드의 주류 음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른 나이부터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어야만 하고, 더이상 대학가요제 등을 통해 스타 싱어송라이터가 배출되지도 않습니다. 90년대 초반과 확연히 달라진 대중음악산업과 이에 직면하는 10대, 20대 가수 지망생들의 현실에 대해 언론은 고민하고, 이슈화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간접적으로나마 이런 '불공정 계약'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겠습니까.

 

 


고질적인 한국 언론의 병폐 중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먼저 노조와 사측의 갈등에 있어서 '돈 잘버는 귀족 노조가 이기주의로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몰아붙이는 것, 그리고 '연예인'을 프로페셔널 배우나 뮤지션으로 진지하게 다루기 보다는 '몸값' 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상품가치로서 부각시키곤 한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이번 동방신기의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은 이 두 병폐가 혼합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상대적으로'는 이들은 고소득 직종에 속한 세계적 스타입니다. 그러나 노동 계약에 있어서 '을' 이 되는 것은 쌍용차 노조원 분들이나, 배우나 뮤지션들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동방신기 멤버들의 행보가 '잘 나가는 연예인들의 소속사 배신'으로 보이나요, '동료와 선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가진 것과 이뤄놓은 것 이상을 모두 걸고 총대를 멘 용기'로 느껴집니까? 이들은 행복한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요? 그리고 이들의 팬들은, 그리고 이 모두를 지켜보는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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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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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박봉현과 시나브로 2009/08/14 13:49  삭제

    [김민선 논란] 배우 정진영씨가 전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사진출처: 마이데일리, http://www.mydaily.co.kr) 전여옥 의원님께. 저는 배우 일을 하는 정진영이라고 합니다. 전 의원님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의원님의 지역구에 살지도 않고, 여러 사회적 사건에 있어 의원님과 미주알고주알 의견을 주고받을 일도 없습니다.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국회의원과 배우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가 있고, 서로 무릎을 맞대고 국정을 논하거나 시나리오 회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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