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을 둘러싼 비평이 제각각인 이유는 이 작품 자체의 서사구조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기승전결 구조를 따른다면, 주인공 소피가 난데없이 할머니로 변하는 저주에 걸리는 설정으로 시작해서 그 저주를 풀기 위해 마녀와 대결을 하고 승리하는 큰 틀 아래서 세부적인 스토리가 흘러가야 했다. 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분명히 원작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했으면서도 '전쟁' 이라는 테마를 처음부터 비중있게 끌고 가면서, 정작 소피와 하울의 로맨스 과정이라든가 저주를 풀기 위한 노력 등은 명쾌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소피가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면서 개연성 대신 모호한 해석의 여지를 여기저기에 남겨버리고 말 뿐이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무색하게도 전쟁과 인간에 대한 회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역설하는 등의 정치성이 깔려있었으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리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제작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을 하울과 같은 처지에 놓고서 작품을 만들었다" 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하울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소피를 살펴보게 되면 이 작품이 무엇을 그려내고 있는지 또다른 방향으로 실마리가 잡힌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개봉했을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마법사와 소녀의 '로맨스'를 그려냈을 거라 예상하고 극장에 들어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첫 장면은 전투기와 전함의 요란한 행렬에 환호하는, 즉 '전쟁'에 무감각한 도시와 군중들의 모습이었고 반면에 소피와 하울이 처음 만나는 곳은 그들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작은 골목의 모퉁이다.

마르클 소피! 떠나지 말아요. 난 소피가 좋아. 여기 있어줘요.

소피
나도, 마르클. 괜찮아, 안 갈거야.

마르클
정말? 우린 가족이지?

소피
그럼, 가족이지.

 

 

소피 하울에게 마음이 없다구요? 제멋대로에 겁쟁이인데다 속을 통 알 수 없긴 하지만, 그 아이는 자기 생각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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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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