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섹슈얼, 웰빙과 변신 합체!
'본인의 남성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패션, 헤어스타일등의 외모를 가꾸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자신안에 내재되어있는 여성성을 즐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현대 남성' 이라는 뜻의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이란 개념은 사실 1994년에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심슨이 처음 써본 용어였는데, 2002년 월드컵을 이후로 데이비드 베컴이 그 전형으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열풍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누구는메트로섹슈얼이 추구하는 남성상을 가리켜 "얼굴은 꽃미남인데 몸은 근육질 - 그래서 권상우다^^;; ?" 라고 정의내리기도 했는데 아무튼 이 새로운 남성의 바람이 의외로 세긴 센가보다. 2004년 초 이지현씨가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남자대학생의 외모관리행동에 관한 연구 - 남학생의 성역할 정체감을 중심으로>를 보면, 전체 남대생(서울대/연세대/고려대 500명 중 최종 설문지 분석대상인 433명)의 거의 절대다수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응답자들의 특성상(?) 그간 비교적 수수한 '범생'이 생활을했을 경우가 많을거란점을 감안하다면 이거, 참 대단한거 맞다.
복수응답 결과를 100%로 환산하여 각 외모관리 행동의 빈도를 알아본 결과로는 의복-장신구 사용, 체격관리, 헤어관리, 화장품사용, 피부관리, 성형수술의 순으로 경험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쎄, 남자들이 외모에 신경쓰는 일이 더이상 "기집애 같은 행동" 으로 여겨지지 않게 된 이 놀라운 변화에 대해서(실제로 서양에서 남성의 멋내기는 한동안 게이들의 전유물일 뿐이었다.)원인으로 제시되는 단골 레파토리가 "여성의 경제력 향상" 인데, 사실 메트로섹슈얼 현상 자체가 양성평등에 이바지할 거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여자들도 많이 취직하고 돈 벌면서 남자와 점점 대등한 사회적 힘을 갖게 되다보니 남자들이 여성 눈치를 안 볼 수 없게 되어 외모에 신경을 쓰는 탓이 크다, 라고 보기엔 일단 여성 취업률은 아직도 남성에 비해 확연히 낮을 뿐더러(똑똑한 여대생보다 학점 낮은 남대생을 기업이 더 선호한다는 건 늘 기정사실이었다), 둘째로 남자들도 꾸미는 목적이 여자랑 똑같아서다. "누구 보여줄려고 그렇게 화장하고 짧은 치마를 입어?" 라고 많은 남자들이 착각해왔지만 사실 여자들이 아침마다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올리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자기 만족 때문이다. 내가 더 이뻐지니 가장 기분 좋은게 바로 나니까. 남자들도 다를 거 하나 없다. 물론 취업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심기 위해라는 심리적 압박도 있지만, 일단 즐거워서 아니겠는가?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자. 물론 이성(동성애자의 경우에는 동성도 포함)에게도 예쁘고 멋지게 보이고픈게 사람 맘이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뭐 달라진 점이 있다면야 길을 가다가 좀 더 눈이 즐거워졌다는 것과^-^;;, 본인은 후줄근함을 고수하면서 여자는 안 꾸민다고 타박하는 일이 이젠 눈총거리로 여겨진다는 정도일까? (흠, 남자나 여자나 '외모가 경쟁력' 이 된 면에서 하나는 동등해졌겠군. 아, 정확히 말하면 '세련됨이 경쟁력' 이라는 게 맞겠다!)
연구대상자인 남자대학생들은 외모관리에 대해 412명(95.4%)이 외모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외모관리의 목적은 308명(71.3%)이 자기만족을 위해서라고 하였으며, 90명(20.8%)가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라고 하였으며, 10명(2.3%)이 취업을 위해서라고 하였다. 또한 남성들의 외모관리에 대한 기술식 질문에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남성의 외모관리는 당연한 것이며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고, 과도한 정도의 수준만 아니면 대체로 긍정적이며, 외모관리는 자기 만족이며, 시대적 요구라는 응답을 하였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은, 이 메트로섹슈얼 못지 않게 최근까지도 휘몰아치면서 그 직전에 시작된 것이 바로 '웰빙 Well-Being' 신드롬이라는 거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고생 영어단어장에서 '복지' 라는 간단명료한 해석으로 등장해 온 이 단어가 순식간에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으며 여기에 직격탄을 맞은 맥도날드는 급기야 전 세계 프랜차이즈의 슬로건을 "Salad Plus+" 로 바꿔버리지 않았던가. 그럼, 웰빙과 메트로섹슈얼의 공통점은? 첫째. 여간해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열풍이다. 지금도 시시때때로 밥상머리 안전식품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으니까. 둘째, 관련 산업의 엄청난 번창이다. 코카콜라는 울었지만 검은콩우유 제조업체들은 신이 났다.얼마전 동교동 삼거리에 완공된 대형 오피스텔은 아예 건물을 통째로 피부과, 성형외과, 경락, 피트니스센터 등등의 미용 관련 산업 기지(?)로 만들어 버려 버스 타고지나가던 나를 경악케 했다 ㅡ_ㅡ;; 마지막으로는? 이게 중요하다. 바로 '내 몸' 의 안위를 지켜야겠다는 각성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이다. 물론 전에도 운동해야 오래산다는 식의 사회적 권고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지만, 이 정도로까지 온 사람들이 '좋은 거 먹고 건강히 살아야 한다'고 정신을 바짝차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메트로섹슈얼의 흐름도 '근육남' 이 중요하다지만 일단 건강해야 근육을 키우든가 없애든가 할 거 아니겠는가? 웰빙으로 튼튼해지고 메트로섹슈얼로 뽐내자. 이제 몸이란 것은 그 전보다 훨씬, 나를알리는 도구로써 중요해진 셈이다.
그런데 이 둘을 단순히 이어붙이기만 하지 말고, 한 번 제대로 섞어보면 어떨까? 내 몸의 건강을 소중히 하면서 예쁘게 가꿔보자, 는 건 이제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한 삶의 질의 척도가 되었는데, 한 번 생각을 해보자는 거다. 몸만 소중히 여기는 게 다가 아니다. 바로 당신의 몸이 반응하게 되는, 건강을 망가뜨리는 요인들! 그렇다. 바로 '환경' 의식에 대한 확장까지가능하다는 거다. (여기에서의 환경은 그냥 산 물 공기....등등뿐 아니라 인간 삶의 조건 전체를 포괄함)
아니 백날 피부관리를 받아봤자 그게 본전을 뽑겠는가? 바깥에만 나가면 피부를 괴롭히는 술과 매연이 24시간 대기중이다. 수험생 건강에 도움 된다고 총명탕을 열심히 달여봤댔자 새벽부터 밤까지 햇빛도 못보고 얼굴 허옇게 뜬 채 '교실' 이라는 괴물에 붙잡혔다 집에 오는 아이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란 말이다. 딱 잘라 말하면, "삽질" 이다.
내 얼굴만, 몸매만, 옷만 신경쓰던 걸 넘어서서내가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 내 주위 환경이 얼마나 건강을 갉아먹는지도 다들 고민해봐야한다. 그게 선행되지 않고서야, 비실비실한 몸에 어찌예쁘고 다부진 이미지의 구축이 가능하단 말일까?
2002년 월드컵 후 '거리응원문화' 가 시민사회에 남긴 것들에 대해 언론이 전문가 대담들을 연달아 열어제끼자, "왜 모든 걸 분석하고 논평하려 들지?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냐?" 라고 한 친구가 투덜거렸던 적이 있다. 하긴 메트로섹슈얼이란 것도괜히 머리만 아프게깊이 따지고 들어가기 보다는 "남자들도 드디어 거울 앞에 서는 재미를 알았구나!" 고 한 번 웃고 넘어가는 게 옳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쓰잘데기없이 등장하는 '외모지상주의' 를 경계하고, 내쫓아야한다.사무직 면접에서 교복 입고 온 실업계 여고생을 "거 한 바퀴 휭 돌아봐봐라" 고 해서 다리 각선미를 심사하는 직장 상사(?)나, 예쁘고 잘생겼으니까 연기 못 해도 용서된다는 대책 없는 팬덤도 근절되어야 할 부끄러운우리의 모습이다. 메트로섹슈얼의 본질이 '남자나 여자나 외모를 가꾸는 즐거움을 만끽하자' 는 것이지, '이젠남자도 외모가 최우선이다' 는게 아닌 데서 더더욱 그렇다.
시대적 흐름에 기꺼이 동참한 많은 남성들이 증언한 바 있다. "이미 감각이나 스타일이 중요한 직업적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고 말이다.이미 대다수 남성들은 외모를 통한 호감을 얻기 위해 오늘도 거울을 보며 자신을 갈고 닦고 있다.그렇다면 눈을 좀 더 넓혀보자. 소중하고 귀하고 예쁜 내 몸. 그를 지키기 위해 내가 사는 이 세상 환경에 대해 고민해보자. 아 내 몸이 편하고 깨끗할 수 있는 주위 여건이 되어야 예쁘고 건강해지든가 할 거 아닌가? 잘 버는 사람은 퇴근 후 헬스도 하고 피부 관리도 받는다지만 값싼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먹고 근근이 살아가는 빈곤층엔 오히려 비만이 많다. 왜 유기농 채소와 무공해 식품이 더 비싼 아이러니가 존재하는가?근 몇 년 새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 환자들이 어째서 그토록 급증했단 말인가? 황급히 담배꽁초를 던지고 버스에 타느라 정류장을 거대한 길거리 재떨이로 더럽히는 몰상식한 인간들은,자기네가 길만 더럽히는 게 아니라 그 담배연기로 인해 사람들의 천식도 유발한다는점에서 더더욱 따끔하게 혼나야한다.이미 깨끗한 줄만 알았던 시골도 상수원에 폐광의 유독성분이 녹아들어 이따이이따이병이 번진다지 않는가. 우리는 생존을 위해 충분히 더 호들갑을 떨어도 된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천성산의 도롱뇽과 한국 땅의 사람은 어차피 다 한 배를 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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