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비키니 논란에 대한 생각
다정(http;//dajungspace.com)
일명 나꼼수 비키니 사건과 “성적 약자인 여성들이 예민해하는 것은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성희롱 할 생각은 없었고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어준,주진우)" 보도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갑자기 쓴 글이지만, 짧지 않는 양이라 트위터 링크를 위해 이 곳에 게시합니다. (관련 한국일보 기사 링크 http://bit.ly/xn0Z2P 김어준 총수는 나꼼수팀 김용민PD의 트위터를 통해 "기사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자리에서의 발언이며, 맥락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다 http://twitpic.com/8eriuk" 라고 알렸습니다. 즉 이 글은 김어준 총수를 비롯한 개인이 아니라 '찬성 여론'에 대한 반박글입니다.)
나꼼수 측에서는, 그리고 다른 이들은 왜 이게 '성희롱' 이 아니라고 생각할까요? 사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희롱'에 비해 이번 사안은 조금 다릅니다. 직장내, 또는 학교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희롱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성희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성적 발언이라고 해도 그것이 '권력관계'와 동시 작용하여 약한 지위의 사람에게 모욕감과 불이익 등을 줄 때 우리는 성희롱이라고 지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 2조에서는 이렇게 정의내리고 있죠.
이 정의 자체로만 본다면 이번 비키니 사건이 '성희롱'은 아닙니다. 나꼼수와 청취자 사이가 고용-피고용 관계도 아닌데다가 무슨 불이익을 유발한 것도 아니고, 일차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무엇보다도 '나와라 정봉주'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쓰고 비키니를 찍은 그 행위 당사자가 '여성' 입니다. 그럼, 역시 "일차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죠. 해외에서도 누드 시위는 드문 일이 아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지 말라' 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며, 여성이 성적대상'도' 되는 현실을 인정하며 여성의 주체성과 권익 향상 노력이 병행될 수 있다. 이것도 여성이 스스로 자기를 찍어서 올린 것 아닌가? 하고요. 외모 지상주의 시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케이블 방송으로 건너갔지만 진작에 '외모가 경쟁력'이 된 세상 속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도 허구헌날 보는 현실이기는 합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사고방식 대로라면 저기서 '남성-여성'을 바꿔놔도 그다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억울하게 수감되었을 때 성욕이 감퇴될까 걱정하여 남성의 노출 사진을 보내달라, 고 하면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욕하겠지만, 자칭 자유주의자들은 '여성도 성욕이 있다!'며 옹호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렇게 사고하는 자칭 자유주의자들과 달리, 정작 현실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시각은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있습니다. 먼저 다른 분들도 지적했던 이야기를 하죠. 다른 남성의 강요가 아닌 여성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고 올렸습니다. 그럼 이 '자발적 대상화', '자발적 객체화'를 인정한다고 칩시다. 역으로 묻죠. 이 '여성의 자발성' 을 인정한다고 해서 '성적 대상화' 효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요? 자발적이라는 것은 이 사건을 대하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시각을 옹호하는 데에는 근거로 내세워지지만, 정작 여성들의 '기분 나쁨' 에는 별다른 증/감 효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내가 모르는 그녀가 자진해서 벗었건, 강요되어 벗었건간에 그걸 잘했다면서 감상(?) 하는 남자들의 시각이 '포르노 대하듯' 느껴져서 여성으로서 기분 잡치는 거죠. 어떻게 이게 포르노랑 똑같냐? 라는 반론, 예상 가능합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완전히' 다른 겁니까? 비키니가 아니라 얼굴이나 손에다 써서 인증샷을 올렸다면 이런 이슈가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사진을 올린 사람이나 긍정적으로 감상하는 사람의 시각에 '성적 대상화'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그냥 '19금' 내용이 아니라 여성폭력성, 객체성 일변도인 포르노가 요즘은 초등학생들부터 공유하고, 즐기고, '포르노가 모든 남성을 성폭력범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성폭력범죄자들의 잘못된 여성 인식에 기여하는 부분이 큰' 한국의 현실에서, 원래 목적인 '정봉주 석방'과 성적 메시지는 관계가 없는 데다가 (해외의 누드 시위는 모피 반대운동의 메시지와 연결이라도 됩니다.) 굳이 성적인 표현을 써가며 자극적으로 이슈메이킹 할 필요 없는 - 이미 나꼼수 청취자들과 웬만한 시민들이 (언론 왜곡의 현실속에서도) 다 알고 있는, 그리고 이를 인지하는 지지자들이 모인 팬카페 안에서 벌어진 정봉주 석방 요구 캠페인입니다. 목적과 수단간의 인과관계가 뭔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속에서, 김어준 총수 말대로 '열악한 상황의 여성들이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 이 왜 합리화되어야 하나요? 관계없는 상황 속에서 대상화된 여성성을 즐기는 것, 은 포르노 감상과 성희롱과 이 사건의 공통점입니다.
또한, 정치적 견해를 바탕으로 모인 카페와 여론 속에서 의견을 내는 개개인은 기본적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인격체'로 대해집니다. 하지만 이 논란속에서 비키니 사진을 '무료 소비' 하는 방식과 그것이 기존의 가부장적인 여성 소비와 같아보인다는 여성의 의견을 '유별나다'며 일축하는 것, 이것은 여성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 건가요? 말로 대놓고 모욕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무시'의 패턴 속에 일상 깊숙히 자리잡은 '습관적 마초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송희일 감독도 지적한 바 있죠. "여성의 성을 주체적으로 드러내는 슬럿워크 (여성이 노출많은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노출 많은 옷차림으로 하는 거리시위)는 불편해하면서 비키니 사진에는 열광하는 마초성' 을요.
이번 일을 비판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은 이 '자발적 객체'가 근본,적으로는 '자발적' 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이 사진을 '본 사람들'간의 논쟁만 있지, 정작 이 사진의 주인공이 당당하게 나서서 인터뷰 했다거나 의견을 말한다거나...한 얘기는 안 나오네요.) 남성과 여성이 직업적으로, 공과 사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 평등이 완성된 가운데 정말 100% 자발적으로 벗고 다니던가 사진을 찍던가 하는 세상이라면, 이런 논쟁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류에서 관심 가지지 않았을 뿐, 여성을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가진 이들은 이미 숱한 사례에서 '포르노 배우' 들이 '실질적 비자발적' 임을 지적해 왔습니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북유럽에서 당연히 '자발적으로' 포르노배우 활동을 한다 믿었던 스웨덴 국민들은 포르노 생산 과정과 여배우들의 폭력 경험을 폭로한 스웨덴 볼프(Wolf)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Shorking Truth>를 접하고 난 뒤 생각을 바꾸게 되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박노자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165p~참고), 국내의 많은 여성학, 사회학 연구들 역시 인권의식에 기반한 성교육 없이 여성폭력적 포르노를 보고 자라는 남성들의 심리와 그 연장선상의 '아저씨 술문화', 그리고 현재 탈성매매여성의 경험담과 돈이 없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여성들의 현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르셨어요? 관심도 없고 주류 언론에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성적 불평등은 '성의 차이' 가 아니라 '권력관계' 로부터 옵니다. 덧붙여 말한다면, 저는 성매매를 반대합니다. 개인간의 성생활이야 인권침해 범죄로 돌변하지 않는 이상 규제하기 어렵고 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성매매의 근본 원인이 되는 사회의 불평등과 여성의 현실까지 알고 나니 '성매매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다' 라는 주장까지 모순적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사진 몇 장 가지고 너무 깊이, 아니면 엉뚱하게 멀리 나간 것 같나요? 물론 이번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고 해서 전부 '가부장적', '마초' 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몰라서, 습관적으로 마초 사고방식에 젖은 게 더 문제겠죠. 전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사회'와 '불평등'을 파악하는 스펙트럼의 차이에서 온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사건이 성매매는 더더욱 아니죠.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인권' 에 대해 지닌 평균적인 무식함(?)과 이 사건에 대한 인식이 연결된다는 것 뿐입니다.
PS1. 지금까지 대부분의 찬반론에서 특이한 점은, 미권스에서 올라온 사진이라는데 스스로 '내가 내 가슴에다가 이렇게 써서 올렸다!' 고 자랑스레 얘기한 여성 미권스 회원의 인터뷰나 발언이 다뤄지거나, 인터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혹시 어디 있나요? 그럼, 저같은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가슴 예뻐요, 그래서 부럽기도 해요, 그런데 본인이 원했건 아니건 간에 '대상화' 되셨긴 해요' 라고.
PS2. 잘한 건 잘한거고 잘못한 건 잘못한거죠. 이 일 관련 외, 나꼼수팀의 사회에 대한 기여는 저 역시 인정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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